[청년지침서 시즌2②] 김영민 “청년 실업, 기성세대도 함께 해결할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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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지침서 시즌2②] 김영민 “청년 실업, 기성세대도 함께 해결할 문제”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09.11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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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청년 일자리 문제…실업 및 사회초년생이라 겪는 불합리함”
“조국 논란 後? 청년 목소리 갖다 쓴 것 외에 무엇이 남았나”
“청년이 노동하기 좋은 세상? 적어도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청년들의 노동권 향상을 위해 활동해온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을 5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9년 째 일자리 문제를 고민하고, 청년들의 노동권 향상을 위해 활동해온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을 5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완연한 가을인지 확인할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내리쬐는 햇빛이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둘째, 노을이 지는 시간이 빨라졌다고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그리고 셋째, 각 기업의 하반기 공채가 시작될 것.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온 무렵, 9월 16일 삼성을 시작으로 LG, POSCO, S-OIL, 두산, GS, CJ, LS 등 대기업 하반기 공채가 열렸다. 100대1이 넘는 대기업 공채 경쟁률과 10%에 육박한 청년 실업률이 증명하듯, 2019년을 살고 있는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일자리와 노동 문제다. 

앞서 <시사오늘>은 청년지침서 시즌1을 통해 ‘취업이 단순히 힘들다’는 문제를 넘어,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일자리 문제를 고민하고, 청년들의 노동권 향상을 위해 활동해온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을 5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일하고 꿈꾸고 저항하는 청년들의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유니온, 노동조합과 모임이나 연합…이중적 의미 내포”

원내정당 중 ‘노동’의 가치를 앞세운 정당은 정의당과 민중당으로 총 두 개다. 두 정당은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지만, 그들이 앞세운 노동의 가치가 청년 세대에 잘 스며들지 못한다는 딜레마가 있다.

이와 관련 지난 6월에 만난 정의당 김가영 청년 부대변인은 “청년 세대는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노동은 분명 정의당의 정체성인 가치지만 청년 세대는 와 닿지 못 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청년유니온은 올해로 9년 째 활동 중인, ‘청년’과 ‘노동’을 불편한 동거를 잘 녹아낸 최초의 청년 세대 노동조합이다.

청년유니온은 ‘청년’과 ‘노동’을 불편한 동거를 잘 녹아낸 최초의 청년 세대 노동조합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청년유니온은 ‘청년’과 ‘노동’을 불편한 동거를 잘 녹아낸 최초의 청년 세대 노동조합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청년유니온이 어떤 단체인지 소개해 달라.

“청년들이 졸업 후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생긴 청년 실업 문제가 20년 째 지속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청년들이 겪는 혹독한 경쟁, 불안한 미래와 현재에 대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주체가 없었다. 또 설령 일터에 진입하더라도, 열악한 노동권 현실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해결할 주체가 부족했다. 이는 분명 노동의 문제였고, 노동조합으로 풀어보려는 취지에서 청년 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을 2010년에 창립했다.”

- 청년과 노동조합, 어딘가 낯설고 어색한 조화로 느껴진다.

“단체 이름을 청년 노동조합이 아닌 청년 유니온이라고 한 것도, 우리 사회에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유니온(union)은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말 그대로 노동조합의 의미도 있지만, 일종의 모임이나 연합의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일부러 이중적인 의미를 펼쳐 청년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고자 했다. 

여전히 사람들은 노동조합 하면 소위 민주노총의 투쟁과 파업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어떤 불이익을 당할 것 같다거나, 머리에 빨간 띠를 둘러야 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처음 청년유니온이 만들어질 때보다 그런 인식은 확실히 많이 제고(提高)됐다.”

- 청년 일자리와 노동 문제를 위해 몸을 던지게 된 특별한 계기는 무엇인가.

“당시 대학 등록금 문제로 싸워온 일부 사람들이, 노동 및 청년 실업에 대해서는 나서는 주체가 없다는 고민에 직면했다. 등록금 문제 말고 다른 운동이 필요하다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나는 말 그대로 ‘운이 좋아서’ 대학을 나올 수 있었다. 대학 등록금 인상률이 높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까딱하면 못 다닐 수도 있었다. 나에게 대학 등록금 문제란 사회 불평등을 고민하게 한 계기였다. 또 주변 선·후배들의 취업 고민과 노동과 관련된 사건·사고를 보면서 한국 사회에서 노동 문제를 푸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고민들이 쌓여 여기까지 왔다.”

 

청년지침서 시즌1의 최대 고민…일자리와 노동
“청년 실업…제로섬게임 아닌 기성세대도 함께 해결할 문제”

이어 김 사무처장에게 청년지침서 시즌1에서 만난 15명의 청년 대변인단의 답변을 바탕으로 질문을 던졌다. 당시 15명의 청년들은 ‘청년 세대의 고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과반수가 취업 및 일자리를 언급했으며, ‘청년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인터뷰는 시즌1에서 나온 여러 고민과 정책 중 노동과 일자리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됐다.

이번 인터뷰는 시즌1에서 나온 여러 고민과 정책 중 노동과 일자리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됐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번 인터뷰는 시즌1에서 나온 여러 고민과 정책 중 노동과 일자리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됐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 일자리와 노동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문제가 너무 많아서 어떤 것부터 얘기할지 고민이 된다. 일단 취업하기 힘들다고 대표되는 청년 취업의 현실이 있다. 괜찮은 일자리는 소수고, 그 소수의 일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는 구조다. 그 소수에 진입하는지 여부에 따라 이후 삶의 궤적이 완전히 달라진다. 하지만 소수에 진입할 가능성 자체는 청년 세대 내에서도 여러 격차들에 따라 이미 많은 부분이 결정돼 있다.

두 번째는 노동시장 진입 후 사회초년생 혹은 막내라는 이유로 받는 불합리한 처우들이다. 옛날에는 참고 넘어가면 몇 년 뒤 괜찮아진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참는다고 고용이 안정되는 것도 아니고, 이걸 감내하는 게 개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요약하자면 청년 일자리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실업 자체의 문제, 다른 하나는 첫 일터에서 겪는 불합리함 혹은 노동권 침해 문제다.”

- 문재인 정부가 내놓는 일자리 정책의 문제는 무엇인가. 왜 청년들은 체감하지 못하는가.

“세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이번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의 핵심은 중소기업 일자리에 취업해도 괜찮은 것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중소기업 취업 유인 정책’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취업 유인에만 포커싱(focusing)돼 사회 안전망과 같은 몇 가지 정책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두 번째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부분이다. 정부는 몇 조원의 추경을 일자리 정책에 투입했지만 각 부처로 분산된 정책들 전체를 총괄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었다. 

청년들로부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세 번째 문제다. 바로 정책 전달 체계다. 전달 체계란 정책 대상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어떻게 제공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가령 서울시 청년수당을 보면, 돈만 주고 돈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관리가 부족해 공격을 받았지 않나. AI가 아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청년 개개인에게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 정책의 방향성 자체는 옳은가.

“분명 이전 정부보다는 전향적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방향 전환인가를 생각하면 아니다. 왜냐하면 이번 정부의 정책 대다수는 한시적인 정책에 세팅이 돼있기 때문이다. 사회·인구·산업 변화에 따라 청년 실업 문제가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것인데, 이번 정부는 비를 피하면 된다는 식의 정책을 내놓는다. 남은 임기 동안 정부가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는 것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

- 5년 동안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기엔 시간이 짧은 것 같다.

“이번 정부는 특수한 과정을 거쳐 들어섰다. 촛불에 대해 드높아 있던 열망을 담아낼 변화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어떤 부분은 전면 돌파해야 했고, 장기전으로 봐야할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정부는 대체로 한시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도로만 흘러갔다.

예를 들어 주52시간제는 힘이 있을 때 드라이브를 걸다가, 재계와 보수 진영에서 반발하자 쉽게 밀려났다. 이후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등장한 탄력근로제의 이슈도 여전히 국회통과가 안 되고 있다. 이렇게 누더기로 만들 거면 왜 주52시간제를 얘기했나 싶다.

또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공약 중 하나인 1만원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는 높이 사지만, 최저임금을 높이는 과정에서 이 또한 누더기가 됐다. 이는 모두 구조를 건드리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들이다. 장기적인 계획보다 즉각즉각 그때그때 정책을 조정했기 때문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김 사무처장은 '청년 실업 문제는 세대 간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 사무처장은 '청년 실업 문제는 세대 간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기성세대는 ‘목마른 자가 우물은 판다’고 말했다. 청년 세대의 일자리 문제는 청년 스스로 쟁취해야 할 문제인가, 아니면 기성세대의 도움이 필요한 문제인가.

“권리는 나서는 사람만 보장받을 수 있다는 건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또 그렇다고 기성세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도 의아하다. 물론 청년이 시민으로서 혹은 노동자가 되는 과정에서 보장받을 권리를 위해 당사자로서 앞장서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청년들이 나서지 않아 청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권리는 상벌(賞罰)이 아니다. 권리는 상을 주겠다는 개념이 아니라, 어떻게 보장해야할지 고민해야 하는 개념이다. 또 세대 문제에 있어서도 청년들의 문제는 청년에서 끝나지 않는다. 결국 청년 세대가 노동인구가 됐을 때 이 사회를 지탱하기 때문에, 청년 실업 문제는 세대 간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다. 이는 청년 세대만의 문제가 아닌, 기성세대도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 조국 법무부 장관(인터뷰 당시 후보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어떻게 봤나.

“과도하다고 생각했다. 대통령도 아니고 법무부 장관인데, 저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하나 하는 피로감이 있었다. 또 청년들의 목소리를 갖다 쓴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고려대에서 촛불 집회를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목소리지만, 과거 대학 등록금 관련해 시위했을 때 정치권에서 이만큼 주목한 적이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아니었다.

또한 조국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서 해야 할 것은 몰랐다거나 죄송하다는 말이 아니라, 그것을 바꿔보고자 공직에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계급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본인의 소신이나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것들은 전혀 이슈가 되지 않아 허망했다. 과연 이 모든 논란이 지나고 나면 무엇이 남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갖다 쓴 것 말고는 어떤 의미가 있나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김 사무처장은 청년이 노동하기 좋은 세상이란 '말 그대로 임금과 노동의 교환일 뿐인 노동을 하다 적어도 죽지는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 사무처장은 청년이 노동하기 좋은 세상이란 '말 그대로 임금과 노동의 교환일 뿐인 노동을 하다 적어도 죽지는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청년이 노동하기 좋은 세상?
“일터 내에서 개인의 존엄을 지켜낼 수 있는 세상”

- 청년 세대에 대한 정의는 무엇인가.

“나는 청년들의 욕구나 바람을 그것 나름대로 존중을 담아 봐야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청년 세대라고 하면 사회 변화에 따라 욕구나 지향이 대단히 다양화 돼있는데, 이를 규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 청년이 노동하기 좋은 세상이란 어떤 세상인가.

“노동이란 돈을 받고 노동력을 파는 것, 단지 그뿐이다. 일적으로 혼을 낼 수는 있지만 인격을 침범해서도, 개인의 화풀이 대상이 돼서도 안 된다. 말 그대로 임금과 노동의 교환일 뿐인 노동을 하다 적어도 죽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 야근을 무제한으로 하는 사례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 기본적으로는 일터 내에서 개인의 존엄과 인격을 지켜내야 한다는 것, 그런 세상이 노동하기 좋은 세상이 아닐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2년은 세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던 시기다. 청년들 사이에서도 촛불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을 때니까. 하지만 어느덧 촛불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내 일터, 내 일상은 얼마나 바뀌었는가를 고민하게 됐다. 결국 변화는 위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청년유니온 5기가 출범하면서 내건 슬로건은 ‘당신의 일터에서 변화를 일으키자’였다. 이제는 정말 개개인의 일터에서부터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야 할 것 같다. 고민이 많은 나날이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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