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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성공한 국가인가? 그리고 한국인은 행복한 국민인가?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잠시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며칠 전 대학원 강의를 위해 학교에 갔다가 마침 대학원 특강을 위해 방문한 박호군 전 과학기술부 장관과 차를 한 잔 마시게 되었다. 박 전 장관은 70 년대 초 100불을 들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현지에 도착해 보니 한 달 방 임대료가 300불이어서 유학생활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상하면서 그때와 지금의 대한민국을 비교해보면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오래전 KBS 일요일 생방송 토크쇼에 출연했다가 비슷한 이야기를 담당 김 모 PD에게서도 들었다. 70년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특집 촬영차 현지를 방문했는데, 여행 비용은 방송국에서 실비로 계산되었지만 본인이 가져 간 여윳돈은 50불이 전부였다는 것이었다. 요즈음 대학생들이 박 전 장관과 김 모 원로 PD의 이야기를 들으면 먼 나라 옛날이야기처럼 생각할지도 모른다.2차 세계 대전 이후 대한민국이 기적처럼 성공한 국가라는 것을 우리들 자신은 가끔 잊고 산다. 그러나 세계는 경이적인 눈으로 우리의 성공을 이야기한다. 1950년대 최빈국 중 하나였던 국가가 OECD 회원국은 물론 G20 국가에 포함되었으니 객관적으로 보아도 대한민국은 분명 성공한 국가이다. 이젠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적 문화적 측면에서도 대한민국은 세계의 주목을 받는 나라가 되었다.

칼럼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2016-05-13 11:09

때론 분노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그리고 역사는 우연적 사건으로 도약하는 경우가 있다.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었고, 총선에서 국회에 진출한 4당 중 대안 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게 되었다. 안철수로 포장되고 동교동 사람들로 채워진 국민의당은 우리 정치사에서 정치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인가 아니면 걸림돌이 될 것인가?안철수와 동교동 사람들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벼랑 끝 위기에 몰렸던 사람들이다. 씨름으로 비유하면 되치기 한 판으로 기사회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안철수는 정치권에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아마추어라는 혹독한 비판에 자칫 버려질 카드였고, 동교동 사람들은 노회했지만 한물 간 구정치인으로 은퇴를 강요받던 사람들이 많았다.소통 부재의 정권과 오만한 새누리당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 그리고 친노세력에 대한 배신감이 안철수와 동교동 사람들을 다시 살려 놓은 셈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정상궤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국민의당이 20대 총선에서 제3 당으로 자리매김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일부 정치 평론가들이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연대 가능성을 이야기하는데 아직도 국민의당이 제3세력이라는 4·13 총선의 착시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석이다.

칼럼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2016-04-29 10:30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북한이 1차 핵 공격을 해왔을 때 미국의 핵우산에 의한 것이건 아니면 우리들이 개발한 핵무기에 의한 것이건 우리가 2차 핵 공격을 할 수 있을까? 상상하기도 싫은 가정이지만 남북 양쪽이 모두 핵을 사용한다면 오랜 기간 동안 한반도는 불모지가 될 것이며, 민족은 공멸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핵무기는 남북 어느 쪽에서도 사용되어서는 안 되고, 사용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을까? 정권적 차원에서나 국가적 차원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무역 규모가 연간 80억 불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연간 80억 불에 상당하는 무기를 사들여 무기 현대화를 하고 있다. 남북한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북한은 우리와 군비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보딜레마의 측면에서 보면 북한은 핵무장 이외에 다른 선택의 길이 없다.이명박 정권에서 '비핵 개방 3000'을 이야기할 때, 그것은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라고 생각했다. 비핵은 안보에 관련된 사항이고 개방 3000은 경제에 관련된 사항인데, 안보이슈와 경제 이슈가 충돌하면, 모든 정권은 안보 이슈를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지금도 그대로 유효하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현재와 같은 남북한 경제 차이에서 핵무기를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칼럼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2016-03-23 16:10

신뢰프로세스와 통일 대박론으로 남북관계의 새 장을 열겠다던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철수를 단행함으로써 남북관계는 파국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당국 간 공식채널은 물론 민간 비공식 접촉도 전면 단절된 상황에서 3월 7일 시작되는 한미 합동 키리졸브 훈련은 사상 최대 규모로 유사시 북핵과 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하는 ‘작전계획 5015’를 처음 적용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남북한이 이상 징후 감지 시 선제공격과 원점 타격을 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참수작전과 평양사수 훈련 내용이 전파를 타는 비상상황이다. 베이징대 진징이 교수는 한반도를 동방의 발칸반도로 비유하고,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가 지금 한반도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물론 정치권도 총선정국의 혼돈 속에서 최근 남북 간 조성되고 있는 긴장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남북관계의 긴장은 금년 1월 6일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4차 핵실험을 하고, 2월 7일 광명성 4호를 발사함으로써 시작되었고, 청와대가 전격적으로 개성공단 철수를 결정함으로써 최고조에 이르렀다. 무디스를 비롯한 신용평가 기관이 북한의 4차 핵실험보다 개성공단 철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은 개성공단 철수가 군사전략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나 하는 우려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칼럼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2016-02-25 17:18

최근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강연과 토론에 참석하였다. '선진국을 향한 우리의 혁신'이 주제였는데, 압축성장에 따른 과도한 경쟁, 물질만능주의, 성과지상주의, 양극화, 탈법·불법의 만연 그리고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국가발전의 동력 상실 등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정치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특히 '정치가 오늘의 독일을 만들었다'는 부분에서 독일 정치의 제도적 장점들이 언급되기도 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독일은 1차 세계대전과 바이마르 공화국의 실패, 그리고 히틀러의 등장과 2차 세계대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을 제정한 이후 정치적 오류와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였다.연방제도를 기본으로 한 독일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권한과 재정을 나누는 분권화된 제도를 채택하고, 정당투표에 의해 의회의 실질적 의석수가 결정되는 선거제도로 다당제와 연정이 일반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49년 이후 지금까지 8명의 수상이 안정적으로 독일을 이끌어 오고 있다. 국민들의 신임을 받으면 장기 집권도 가능한데 초대 수상인 아데나워(Konrad Adenauer)는 14년을, 독일 통일을 이룩한 콜(Helmut Kohl) 수상은 16년을, 최초의 동독 출신 수상인 메르켈(Angela Merkel)은 현재까지 10년 넘게 집권하고 있다.패전국에서 경제적으로는 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하고 정치적으로는 통일 독일과 유럽 통합을 이끌어 낸 독일의 정치제도를 분석해 보는 것은 우리의 정치제도 혁신 과정에서 의미 있는 연구로 보인다.헌법재판소가 2015년 12월 31일까지 지역구 간 인구편차를 2:1 이하로 개정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정 시한을 넘기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이유가 '연동비례대표제'의 도입 여부였는데, '연동비례대표제'는 독일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변형한 것으로서 소수정당에 유리하고 다당제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에 다소 부담이 되는 제도이다.

칼럼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2016-01-21 15:20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전후하여 팟캐스트, 인터넷 TV, 케이블 TV 그리고 지상파 TV에서 행해진 다양한 찬반 토론과 보수-진보 연구단체의 주장을 담은 동영상 40 여 개를 분석해 보았다. 한 동영상당 평균적으로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의 분량이었으니까 50 여 시간의 동영상을 분석해 본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중 교학사 교과서와 미래엔 교과서를 다시 읽어 보았다.분석하는 과정에서 연세대학교 송복 명예교수가 전국경제인연합회 특강에서 언급한 이튼스쿨(eton school)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송 교수에 따르면,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 대전 중영국의 명문 학교인 이튼스쿨 졸업생 5,000 여 명이 죽었다는 것이었다. 송 교수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전쟁이 발생하면 사회지도층 인사가 앞장서 싸우다 죽어준다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함으로써 전 국민이 통합되고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이야기다.우리나라 6.25 전쟁 중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다. 6.25 전쟁 기간 중 미국 고위급 인사의 자제 35명이 한국전에서 전사하거나 부상을 당한 것으로 되어있다. 미 8군 사령관 밴 플리트 대장의 아들 밴 플리트 2세는 폭격기 조종사로 야간 폭격 후 귀환하다 전사했으며, 유엔군 사령관 마크 클라크의 아들 빌 대위는 금화전투에서 중상을 입고 그 후유증으로 사망하였다.

칼럼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2015-12-07 15:11

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청년세대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그 중심에는 대학교 총학생회와 대학연합 단체로 이루어진 '대학생 연석회의'가 있었다. 본지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서울대 주무열·성공회대 이동제·성신여대 한연지·한양대 박종진·홍익대 심민우 학생회장, 그리고 2030 청년정치공동체 '청년하다' 정태호 고려대 지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대학생 연석회의 모체인 '사이다(사립대학 이대로는 아니된다)'는 대학구조 개혁을 위해 모인 서울권 19개 사립대학 총학생회 모임이다. 지난달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거세지자, 사이다 내에서 대학 총학생회 중심으로 공동대응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각 대학이 국정화 문제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하던 중이었다. 우선 서울권 총학생회가 모여 한 목소리를 내자는 목표로 지난 10월 12일 연석회의가 발족됐다.한편 대학연합 단체 청년하다는 취업문제 등 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올해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청년하다 고려대 지부는 국정화 논란과 관련, 학생회 및 교내 다수 단체와 함께 반대서명 및 대자보전 등을 진행했다.

커버스토리 | 오지혜 기자·정진호 기자 | 2015-11-15 09:22

tvN 드라마 시리즈가 이번엔 1980년대로 돌아갔다. 1997년, 1994년까지 과거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시리즈는 당대를 풍미한 음악과 패션까지도 다시 주목받게 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잊고 지내던 90년대 가수들의 복귀가 잦아진 것도 그 영향이었다. 한마디로 시리즈는 복고 열풍의 주역이 된 셈이다. 그러나 2년 전 가 종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그보다 오래 전으로 돌아가는 건 '무리수'라고 단정했다. 80년대를 다루기에는 상대적으로 젊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지난 6일, 세 번째 시리즈 이 공개됐다. 복고패션이라 하기에도 민망한 머리모양과 옷, 유머라고 하기에도 생경한 유행어가 브라운관에 가득 찼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동안의 걱정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여주인공 '성덕선'과 그녀의 동네 친구들은 단 1회 만에 시청자들을 사랑에 빠뜨렸다.의 지속적인 인기비결은 바로 매 시리즈의 중심에 '청춘'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시대라고는 하지만 주인공들은 지금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다. 쑥스러워 부모님께 애정표현도 못하는 무뚝뚝한 아들, 매년 생일 때마다 언니한테 가려 축하받지 못하는 둘째의 서러움, 짝사랑하는 친구와 가벼운 약속에도 예뻐 보이고 싶어 어설프게 화장하는 소녀. 실제 80년대를 보냈던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를 통해 '생기 넘치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 청춘의 적당할 줄 모르는, 뜨겁고 복잡한 감정 선은 지금 세대를 비롯, 어느 세대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요소다. ‘복고’현상은 드라마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나타났다. 지난달, 청년세대가 거리로 나선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외치는 대학생 행진은 80년대 민주화운동 시절 거리 위의 청춘을 떠올리게 했다. 말하자면 현실판 이다.

커버스토리 | 오지혜 기자 | 2015-11-14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