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정현 “탈레반, 서방국가 지원 절실해서 유화적 태도…중국과 동맹 가능성은 낮아”
[인터뷰] 조정현 “탈레반, 서방국가 지원 절실해서 유화적 태도…중국과 동맹 가능성은 낮아”
  • 곽수연 기자
  • 승인 2021.08.19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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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이슬람연구소 조정현 박사
"아프가니스탄 정부, 미국의 돈과 지원을 먹고사는 군무원 수준"
"미국, 아프간에 20년간 약 한화 2500조 원 썼으나 남는 성과 없어"
"탈레반 내 잠복한 알카에다, 자신들 신념과 사상 부활시킬 수도"
"탈레반, 풀뿌리 민중조직…반미정서 잘 이용해서 미국 결국 철군"
"40년 전쟁 폐허로 생긴 골 채우기 위해 또 다른 40년이 걸릴 수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곽수연 기자)

성공회대 이슬람연구소 조정현 박사 ⓒ 시사오늘 곽수연기자
성공회대 이슬람연구소 조정현 박사. ⓒ시사오늘 곽수연 기자

지난 15일 아프가니스탄(아프간) 무장 반군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함락하자, 정부군은 쉽사리 백기를 들고 항복 선언을 했다. 이로써 탈레반은 2001년 미국의 침공으로 빼앗겼던 정권을 20년 만에 탈환하게 됐다. 

공포정치와 인권유린으로 악명 높은 탈레반의 재집권 소식에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려온 공항은 혼돈, 마비 상태에 빠졌다. 그중 운이 좋은 600여 명은 카타르행 미 공군 수송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수송기 안 빼곡히 앉아 있는 모습들이 국내외 언론사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현재 탑승에 성공하지 못한 아프간 여성과 아이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은 "여성들의 취업, 교육을 제약하지 않고 은행 자본가들의 재산을 보호하고, 이전 정부 관계자들의 부역 행위를 용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서는 이러한 유화적 태도를 두고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보여주기 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탈레반의 재집권 후 아프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19일 <시사오늘>은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 조정현 박사를 만나 아프간 사태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쉽게 항복했는데.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원래 국민의 지지 기반을 갖추고 있지 않은 정부였다. 미국의 돈과 지원을 먹고사는 군무관(군무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니 미군이 아프간에서 손을 떼겠다고 하는 순간, 이미 그 정권은 끝났다고 보면 된다. 지난해 2월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이 탈레반과 평화 협상할 때도 아프간 정부는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됐다. 아프간 정부의 존재 의미는 찾을 수 없다."

-아프간 정부군도 탈레반에 대항해 싸울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닌가.

"아프가니스탄 군경은 하나의 특권 계층이다. 정규군은 미국으로부터 월급을 받아서 자신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 기득권으로서 군림하는 것에만 의미를 뒀다. 또한, 정규군은 미국에 협조한 변절자로 처단받을 가능성이 있어서 국가위기상황시 미국으로 도망갈 수 있는 자격도 있다. 그런 조건을 가지고 훈련받았던 사람들이니 지금 같은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그래도 정부군 30만명이라고 들었는데.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규모는 30만 명으로 탈레반 숫자를 앞선다, 하지만 임금을 받기 위한 허위 등록 등이 많아서 실제 규모는 6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정규군이라고 해도 그렇게 영혼 없는 사람들에게 훈련을 시켜봤자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탈레반이 재집권했으니 알카에다 같은 조직이 부활할 가능성은.

"탈레반 조직 내 알카에다 잔당들이 잠복하고 있는데, 그들의 사상과 이념에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결국 자신들의 신념을 탈레반을 통해 구현하려고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

-재집권했으니 탈레반 자체 내부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탈레반 지도부가 전체를 위계적으로 통치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아프가니스탄이 7개 부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부족 간의 불일치, 조직 이화 문제는 오래됐다. 이제는 탈레반과 반탈레반 전선으로 내전이 발생할 염려도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아프간을 '손절'한 것에 대해 거센 비판을 국내외로 받고 있다.

"지난 20년간 미국은 아프간에 약 2억3000만 달러(한화 2500조 원)를 썼는데 나라를 초토화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탈레반 소탕, 민주주의 정권 성립, 인권개선, 러시아나 중국에 전략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거점 확보, 그 어느 것도 이뤄내지 못했다.

결국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에 넘길 수 밖에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을 통해 그들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철군을 약속한 것이다."

-향후 미국의 대응?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미국은 탈레반 정권이 민주주의를  이행하고, 인권상황이 개선되면 탈레반을 승인하고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이다."

-미국은 철군했으니 이제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손을 떼 버리는 것인가.

"아프가니스탄은 카스피 해 원유를 인도양으로 연결하는 핵심 루트고, 중국과 이란, 파키스탄과 인도를 사이에 둔 전략 요충지로서 미국의 세계 전략상 꼭 필요한 나라다."

-미군이 아프간 사태처럼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제이크 설리반 미 백악관 보좌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유럽에서 주한미군 감축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마크 티센이 한국도 미국의 도움을 안 받으면 아프간처럼 금방 붕괴할 것이라는데.

"물론 주한미군의 존재가 방위태세에 필수적이지만 한국군의 전력은 아프가니스탄보다 군사력에 있어서 훨씬 우위에 있다. 또한, 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은 당시 정치적 구심력과 국민의 일치단결이 약해 쉽게 무너진 것이다. 한국도 똑같은 일을 겪고 싶지 않으려면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현 아프간 상황이 1975년 사이공 함락보다 더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년 전 탈레반 공포정치 시기로 회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런 평가가 나온다고 생각한다.탈레반이 재집권하게 되면 여성과 어린이 인권 시계는 20년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탈레반 집권 당시 여성의 인권 상황은 어땠는가.

"1999년, 탈레반 집권 당시 아프간 전체에 여중생이 한 명도 없었다. 초등학교 이상의 교육은 여성에게 필요하지 않다고 탈레반은 주장한다. 그래서 최근에도 새로운 지역을 점령하면 가장 먼저 학교를 장악하고, 여학교는 문을 닫거나 아예 불태운다. 지난 5월 9일 카불 시내 여학교 3곳 폭탄 테러 배후로 탈레반이 추정된다."

또한 탈레반이 여성과 아이들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남성보다 못한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에 인명 피해도 심각하다. 유엔 아프간지원단(UNAMA)에 따르면 올 1~6월 아프간 사상자 수는 5183명(사망 1659명)이었는데 사상자의 약 32%가 어린이였고, 여성은 14%였다."

-향후 여성 인권 개선 가능성

"아프가니스탄 여성 인권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다."

-탈레반이 과거 영국, 소련군과도 대항해 싸워 철군시키고, 미국도 군대를 철수시키는데 탈레반이 군사적으로 강한가.

"탈레반은 소총, 기관총, 대전차포 로켓 등으로 무장하는 수준이다. 탈레반은 본질적으로 자생적 풀뿌리 민중 조직이다. 따라서 탈레반을 궤멸시킨다는 것은 다른 말로 아프가니스탄 국민 대다수를 없애겠다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였다."

-탈레반과 중국이 동맹을 맺을 가능성.

"결론적으로 동맹을 맺을 가능성은 없다. 물론 중국이 전후 복구에 개입하겠지만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소련이나 미국처럼 탈레반이나 아프간 정권을 향해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경제적 지원에 따른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탈레반이 중국 신장 위구르 이슬람과 우호적 관계라는데.

"중국이 우려하는 상황은 탈레반이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의 독립을 주장 중인 이슬람 단체(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들을 지원하는 시나리오다. 더군다나 위구르 지역에는 핵무기 격납 시설까지 있다. 그래서 중국은 탈레반과 초반에 접촉해서 위구르 문제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려고 할 것이다."

-대만은 자국 내 미군이 철수할까 봐 두려워하는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 내 미군이 쉽게 대만에서 철군을 하지 않을 것이다."

-탈레반이 15일부터 계속 온화적 메시지를 보내는데, 공포정치를 다시 할 가능성은.

"탈레반은 나라 재건을 위한 국제 사회, 서방의 지원이 절실하다. 그러므로 초반에는 유화적 정책을 쓸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탈레반의 사상적 기반은 종교적 신념이 교조주의 교리로 체계화된 이들이다. 

지난 20년 동안 다양성에 기반한 대화는커녕 외세 축출을 외치며 총을 들었던 사람들이다. 집권을 완료하고 권력을 공고히 하면 이전 정부 인사들이나 정파들에 대한 숙청에 나서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아프간의 추후 미래를 예상한다면.

"지난 4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을 읽는 코드는 파괴와 살육, 그리고 절망이었다. 1980년대 10년 동안은 소련군과의 전쟁, 1990년대 전반기에는 지방 군벌들끼리 내전을 벌였고, 2001년 이후 최근 20년간은 미국과의 전쟁이었다.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협상으로 다시 평화의 실마리를 얻었지만 40년 폐허와 피폐의 깊은 골을 하나씩 메꿔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4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오늘까지 나온 아프가니스탄 관련 뉴스를 보면 과거 탈레반 통치 모습이 나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미래는 낙관적으로 보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정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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