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케치⑩] OECD 자살률 1위 오명, 적극적 대책을
[일상스케치⑩] OECD 자살률 1위 오명, 적극적 대책을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1.10.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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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병리 현상 자살로 발현
전 세대 좌절과 위기 우울증 심각
대인관계 소외, 경제적 빈곤도 원인
SSRI 처방, 우울증 치료와 대책 필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모든 인간에겐 동등하게 대우받으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살아가도록 존엄성이 주어졌다. 즉 신분이나 신체적 조건, 성별을 초월하여 누구에게나 보편적,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가치가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목적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현실에서 제대로 인간의 존엄성이 적용, 보장되고 있을까.

사회가 다원화되어 갈수록 현대인의 삶은 더욱 복잡 다난하다. 근래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문제가 많은 사회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 문제들이 심각한 근거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사회 압력 수위가 높기 때문이다. 경제 수준에 비해 높은 주택 가격, 사교육비, 생활비 등 고물가가 그 하나이고, 다른 문제는 높은 가부장적 권위주의, 외모지상주의, 사회적 과시 등 강한 사회문화적 압력이다.

한국의 자살률이 불명예스럽게 OECD 국가중 20여년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은 없을까. ⓒ연합뉴스
한국의 자살률이 불명예스럽게 OECD 국가중 20여년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은 없을까. ⓒ연합뉴스

10~30대 자살률 급격한 상승

이러한 부정적 한국 사회 문제는 자살로 이어진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자살률이 20년 가까이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이후 2017년을 제외한 17년간 자살률 1위의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니 통탄할 일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195명으로, 하루 평균 36.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집계됐다. OECD 기준 한국은 ‘표준화 자살률’ 10만 명당 23.5명으로 평균(10.9명)의 두 배가 넘는 1위의 불명예를 기록했다.

특히 10대와 20대 자살률이 크게 증가해 젊은 층의 자살 문제가 심각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남학생의 50.2%, 여학생의 66.1%가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한다. 10대는 발달적 과도기로서 급격한 기분 변화와 우울감, 자아 정체성 미숙으로 자기 확신이나 통제력 부족 등 자살 충동을 초래하기 쉬운 시기다.

게다가 현대 사회가 만들어 낸 가정과 학교 현장 문제들이 자살을 부추기고 있다. 가정적으로 부모의 무관심, 지나친 기대, 부모의 부재나 결손 가정 등이 있으며, 성폭력 피해와 낮은 성적으로 진학 좌절, 진로에 대한 불안 등이 자신을 향한 공격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여기에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청년층의 1인 가구 증가도 주목할 부분이다. 경기불황에 따른 취업난에 경제적 어려움, 외로움이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에 이르러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40~50대 역시 암 다음으로 사망원인 2위가 자살로, 고령층 자살률은 60대 70대 80대 갈수록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에는 사업 실패와 생활고, 가족 간 갈등, 치매 간병 문제 등으로 가족 동반 자살까지, 안타까운 뉴스가 수시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자살의 위험신호

자살하는 사람들은 그 전에 거의 75% 이상에서 직간접적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환자들이 보내는 위험신호 중 특히 경계해야 할 중대한 3가지부터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살하겠다고 계속 위협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다.
둘째, 정신병 중에서도 특히 피해망상이나 죽음에의 환청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자살 가능성이 높다.
셋째, 역시 심각한 우울증이다. 자기 자신이 전혀 가치가 없다던가, 희망의 상실 같은 경우 우울증이면서 심한 불안을 동반하는 초조성 우울증은 더욱 문제가 크다.

또한 자살 기도를 한 경험이 있거나 가족 내에 자살 기도한 사람도 위험하다. 만성질환에 시달리며 오랜 세월 비관해 온 사람, 알코올, 약물중독의 말기에서 흔히 볼 수 있고, 특히 40세 이후의 독신 남성에게 자살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사회로부터 소외되거나 파산 직전에 있는 사람들도 위험신호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원인과 사회 병리 현상

자살, 참으로 암울하고 무거운 여운을 갖는 말이다. 하지만 삶이 힘들때 자살의 유혹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현재의 고통을 깡그리 잊어버리게 해 줄 것 같은 대상, 우울증과 각종 정신 질환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지만, 자살의 원인은 개인으로 하여금 자살하도록 몰아붙인 사회적 요인들에서 찾을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자살은 개인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영향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경제적인 풍요와 정치적인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에서 오히려 자살률이 높고, 산업화가 덜 된 나라에서 자살률이 낮은 편이다. 산업 사회는 경제적 풍요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그 경제적 풍요로움을 따라가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또한 유명인 죽음 뒤 자살 시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하는데, 유명인 따라한 모방 자살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명인이 자살한 달에 자살 사망자가 잇따라 증가했다는 게 그 증거다. 이에 정부가 베르테르 효과를 막기 위해, '대중문화 예술인 자살예방대책'을 강화했다.

한편, 생각이 있어도 일부만이 자살을 시도하는데, 대개 폭력에 노출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다. 어려서 아동학대의 경험이 있거나 이후 학교 등에서 따돌림이나 폭력 경험, 군에서의 폭력 등 다양한 폭력에 노출되면서 폭력으로 인한 고통에 둔감해지게 된다. 이러한 둔감화는 결국 자살 충동을 행동으로 실행하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자살의 역사

역사상 자살은 여러 사회에서 비난과 찬양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슬람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사회에서 자살은 죄악으로 간주되며, 자살시도 행위에 대해 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나라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인도의 바라문(승려 계급)은 자살에 대해 관대하며, 지금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한때 인도에서는 과부들의 자살이 높이 칭송되기도 했다.

일본의 할복자살 풍습은 오랜 세월 동안 하나의 의식처럼 행해졌다. 귀족들은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응징하기 위한 방법으로 할복자살을 했다. 이는 실패로 인한 수모를 면하기 위해 또는 적을 모욕하거나 자신의 군주나 황제가 죽었을 때 충성을 보이기 위한 거였다.

중세 이래로 인류 역사상 처음에는 교회법으로 그 후에는 형법으로 자살을 금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런데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유럽 국가들은 자살시도에 대한 형벌제도를 폐지했으며, 영국은 유럽 국가 중 마지막으로 1961년에 이 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나 자살에 대한 법적 제재의 강도가 어떻게 변화되었든 자살률 감소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급격히 줄일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으나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 및 치료는 자살 억제에 큰 도움이 된다. 1950년대 이래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자살방지를 위한 특별상담기구나 기관들이 생겼다. 이들 상담기관들은 대부분 전문 의료기관은 아니지만 의학 관련 상담원들을 두고 있으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고독과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대개 전화를 통해 항상 대기중인 상담원들과 대화를 나눈다. 이런 종류의 상담제도는 자살을 억제하는데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인 우울증 치료 필수

뭐니 뭐니 해도 자살의 대표적인 원인은 역시 우울증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가장 중요한 우울증 치료인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처방을 규제하고 있어, 한국은 세계에서 우울증 치료받기 가장 어려운 나라 중 하나다. 그 이유는 2002년 3월에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SSRI 항우울제의 처방을 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신경과 등 비정신과 의사들에게는 제한하기 때문이다.

1990년에 들어서 ‘프로작’ 등의 매우 안전한 SSRI 항우울제 시판, 사용량 증가로 우울증 치료율이 유럽과 미국에서 급격히 높아졌고 자살률은 크게 떨어졌다. 한국보다 자살률이 훨씬 더 높았던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SSRI 항우울제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지금은 자살률이 한국의 절반도 안 된다. 미국, 유럽, 호주,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국가에서는 모든 의사가 우울증을 치료하므로 우울증 치료를 받기가 매우 쉬운 반면 한국은 우울증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야 하는 게 문제다.
 
이에 우울증 치료율은 미국은 90%인데 한국은 10% 미만이다. 이것이 지난 수년간 한국의 자살률이 OECD 1위인 직접적이고 결정적 이유다. 한국은 우울증 유병률이 높아도 SSRI 처방 제한 때문에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이는 높은 자살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범국민운동본부는 "일차의료 의사가 우울증 환자를 찾아내 경증,중등도 우울증은 SSRI 약물치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중증 우울증은 정신건강의학과에 의뢰하는 의료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방과 대책

자살의 심각한 문제성은 돌발 사태로 나타난 뒤에야 비로소 알 수 있어 예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자살을 막는 강력한 무기는 인간적 이해와 관심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쏟고 있다는 깨달음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자살을 예방하는 길은, 십대들이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훈련, 긍정적 자아 정체감 형성을 돕는 상담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학교 폭력과 왕따로 인한 고통에 대한 적극적 시스템과 대책이 필요하다. 자살은 결코 문제의 해결방법이 아니라, 초라한 현실도피일 뿐임을 깨닫게 하고 부모나 지도자가 저들의 걱정, 낙심과 자포자기를 예민하게 포착, 이를 함께 나누는 데 있다.

한국에서 특별한 자살 예방 대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미국은 자살을 ‘예방이 가능한 공공의료의 문제’라는 사회적 인식과 합의에 따라 정부 산하기관인 자살 예방센터를 설립하여 매년 1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배정하고 대처한다. 또한 자살상담 핫라인에서 전문성을 가진 전담요원이 상담을 맡고 전화를 거는 사람의 전화번호와 주소가 경찰에 자동 저장되어 자살 예방에 큰 효과를 얻는다.

자살은 국가의 흥망이 달린 주요한 문제다. 그러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 의료적인 것뿐 아니라 학교,  경제 복지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고 특히 종교 단체는 구심점이 되어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한 사람의 자살은 주위의 6명에게 자살의 충동을 느끼게 하는 무서운 전염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은 그만큼 중요한 행동이 되는 셈이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느끼는 스트레스, 현실에서 고통이 심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조금만 있다면 극단적 선택 대신 현재를 견디며 일어설 용기를 얻을 수 있다. 희망을 주는 사회, 개개인이 서로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합심하며 짐을 나누어, 어려움에 빠진 누군가가 좌절을 딛고 내일을 꿈꾸는 세상이 되길 소망해 본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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