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은 서럽다 [일상스케치(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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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은 서럽다 [일상스케치(91)]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3.08.20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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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삶…노인의 4중고(苦), 질병, 고독, 빈곤, 무위
그럼에도 60대 이상이 인생의 절정기 by 김형석 교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노인 폄하 발언으로 정치권에서 종종 공방이 치열해 왔다. 과거, 투표권까지 시비를 건 경우도 있었다. 노인은 '어른'이라는 인식하에 어르신이라고 불린다. 그렇지만 공경은커녕 구타와 욕설 등 푸대접을 받는 사례가 종종 뉴스를 장식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노년은 지는 해인가

한국, 빠른 고령화에 노인 빈곤 고독 우려. ⓒ연합뉴스
한국, 빠른 고령화에 노인 빈곤 고독 우려. ⓒ연합뉴스

"괴테"는 노년에 관한 유명한 말을 남겼다. 노인의 삶은 "상실의 삶"이라고. 사람이 늙어가면서 건강과 돈, 일과 친구, 그리고 꿈의 다섯 가지를 잃는다는 의미다. 반드시 그렇기만 할까.

그래도 수많은 사람들은 "최소한 추하게 늙고 싶진 않다"라는 바람을 안고 있다. 물론 현실은 쉽지 않다. 마흔을 넘고 쉰이 지나 예순이 되면 점점 외로워지고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무엇보다 특별한 질환이 없더라도 건강이 이전 같지 않다는 푸념과 한 해가 다르다고들 우려를 나타낸다.  나 역시 기저질환이 있는 데다 스스로 종합병원이란 얘기가 절로 나온다.

살아 있는 자는 누구나 맞이하게 될 노년

영국의 심리학자 ‘브롬디’에 따르면 인생의 4분의 1은 성장하면서 나머지 4분의 3은 늙어가면서 인생을 보낸다고 한다.

인생은 예습도 복습도 없는 단 한 번의 길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고 싶은 길도 있지만 가기 싫은 길 그리고 정말 가서는 안 되는 길도 맞는다. 인생은 정말 내 뜻대로 안 되는 것 같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늙고, 사람답게 죽는 것이란 그렇게 용이하지 않다. 노년은 때론 삭막하고 고독한 시기며, 절망과 슬픔을 느끼는 시기다.

따라서 노년에 필수불가결한 것은 건강, 경제력, 친구, 일이나 취미 그리고 배우자 같다. 그런데 여기서 우선순위로 따질 때 남자는 아내가, 여자는 경제력, 돈이 첫 번째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 흔한 말로 황혼이혼, 졸혼, 별거, 좀 더 심각한 상황이 되는 경우는 가정폭력 내지는 사고가 발생하여 매스컴을 타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또한 부부간 사별(死別)로 혼자 남은, 문자 그대로 독거노인이 된 경우.  외로움, 고독감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이에 혼자라도 지난날도 회상하고 인생을 정리도 하며 하고 싶은 취미생활과 일이 필요하다.

노인 빈곤

현 추세는 참담한 노인 인구가 점점 늘어난다. 4 고(苦) 중 어떤 苦가 제일 고통스러울까? 빈곤은 노인의 4 고(苦)(노인이 되어 겪는 4가지 고통이라는 뜻의 줄임말로 질병, 빈곤, 고독, 무위) 중 가장 잔인하다. 빈곤은 질병을 부르고 고독을 부르며 무위를 만들기 때문이다.

빈곤으로 인한 배고픔은 빈곤으로 겪을 수 있는 현상 중 가장 처절한 고통일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3.4%, OECD 평균 약 3배로 높은 수준이다. 아직 주변에는 노인의 4 고(苦)를 모두 안은 채 복지관 경로식당, 무료급식소를 전전하며 생존을 지키고 있는 노인들이 있다.

젊은 날 열심히 일했지만 빈곤과 가족, 사회의 무관심으로 인해 배고픈 노년의 삶은 인생의 가치마저 상실 시키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노인도 있다. 게다가 자녀들마저 연락이 끊긴 경우가 허다하다.

노년의 행복을 위해

그래서 노년은 점점 의욕과 열정을 잃어가는 시기라고 속단할지 모르지만, 생각하기 나름이다. 열정을 잃지 않고 사는 노년의 노후는 빈고, 고독고, 무위고, 병고가 감히 끼어들 틈조차 없을 것이다. 단순히 늙어가는게 아니라 성숙되어 감이 적절하다.

역사적 업적의 64%가 60세 이상의 노인들에 의하여 성취되었다고 한다. 괴테가 ‘파우스트’를 완성한 것은 80이 넘어서였다. ‘미켈란젤로’는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을 70세에 완성했고, ‘헨델’ 등도 고희의 나이를 넘어 불후의 명곡을 작곡했다. 따라서 노년에 중요한 것은 열정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은 행복하게 늙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초라하지 않으려면 대인관계를 잘해야 한다. 인간관계를 ‘나’ 중심이 아니라 타인 중심으로 가져야 고독하지 않다.

미국 ‘카네기멜런대학’에서 인생에 실패한 원인에 대하여 조사를 했는데,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이 부족했다는 이유는 15%에 불과하였고, 나머지 85%는 잘못된 대인관계에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노년의 주름살 속에 아름답게 풍겨나는 인자스러움은 여생을 풍요롭게 이끈다.

나이가 들면 인생관의 존재 여부가 삶의 질을 확연하게 바꾸어 놓는 것 같다. 이제까지는 세상이 정해놓은 길, 주변에서 원하는 길을 따라 걸어왔다면, 노년의 남은 삶은 어떤 길을 스스로 택하고 어떻게 걸어갈지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며 살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노년의 연륜은 미움과 절망까지도 따뜻하게 품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노년의 행복은 언제나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특히 자족하는 마음 안에 존재한다. 충분한 부를 축적해야만 행복에 도달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고 살아가는 과정 속에 있으며 그 과정에서 발견하고 즐겨야 하는 것이다.

행복은 남이 거저 주는 것도 아니지만 꼭 값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살수 있는 것도 물론 아니다. 행복은 우리 주변에 여러모로 항상 있으며 그 행복을 발견하고 즐기느냐 지나쳐 버리고 괴롭게 사느냐 하는 것은 오직 자신이 선택할 몫이다.

"자신의 인격만큼 행복 느껴져…" 김형석 교수님의 철학. ⓒ연합뉴스
"자신의 인격만큼 행복 느껴져…" 김형석 교수님의 철학. ⓒ연합뉴스

노 철학자의 관조

100세를 살아보니… 노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 고교시절 국어책에서 익숙했다. 그리고 70년대 중반 철학개론 강의실에서 처음 마주한 그때나, 100수를 넘긴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조곤조곤한 음성이나 인자한 표정까지.

교수님은 나이가 드니까 나 자신과 내 소유를 위해 살았던 것은 다 없어지고 남을 위해 살았던 것만이 보람으로 남는다고.

만약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60세로 돌아가고 싶다고. 젊은 날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그때는 생각이 얕았고, 행복이 뭔지 몰랐으니까 라고 설파했다.

지나고 보니… 인생의 가장 절정기는 철없던 청년 시기가 아니라 인생의 매운맛, 쓴맛 다 본 후. 무엇이 참으로 좋고 소중한지를 진정 음미할 수 있는 시기 60대 중반~70대 중반이 우리 인생의 절정기라고.

젊은이들, 그리고 중년들에게도 먼 장래, 아니면 가까운 장래에 닥쳐올 자신의 노년에 대한 사전설계나 이정표(里程標)를 세우는데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이 순간, 늙음을 서러워 말고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할 수 없다'는 명언이 가슴 깊이 맴돈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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