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빠듯해, 내 차는 아직 무리”…운전면허 안 따는 청년 늘어 [일상스케치(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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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빠듯해, 내 차는 아직 무리”…운전면허 안 따는 청년 늘어 [일상스케치(99)]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3.10.1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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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삶에 뚜벅이 족 선택…60대 28% 늘 동안 30대 5% 줄어
고령층 운전면허 반납 고려…교통사고에 대한 위험 및 불안감 배경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운전면허 시험장 내 ‘T자 코스’ 모습. ⓒ연합뉴스
운전면허 시험장 내 ‘T자 코스’ 모습. ⓒ연합뉴스

운전면허 대신 젊은 BMW 족 늘어

예전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고급 외제 승용차 이름과 비슷한 B(bus) M(metro) W(walking)를 탄다고 자조적인 농담을 했다. 물론 신속성을 요하는 직업이 아닌 이상 우리나라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이동하는데 충분하다. 그러나 자가용 없이 생활하는 데 불편을 느끼는 직업군과 세대도 많다.

그럼에도 최근 아직 운전면허가 없는 젊은 세대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5년 차 A 씨(32세)는 아직 운전면허가 없다. A 씨는 “20대 때부터 지하철과 버스 이용만으로도 충분했고, 월급으로 생활비 감당하기도 빠듯해 면허를 딸 생각이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중장년층과 고령층 운전면허 소지자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청년층에서는 운전면허를 따지 않아 면허 소지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매일경제가 경찰청의 ‘연령별 운전면허 소지자 현황’ 자료(2023년 8월 기준)를 분석해 보니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운전면허 소지자는 3264만 9584명에서 3413만 3763명으로 4년간 약 4.5% 늘었다.

10~40대 운전면허 소지자 감소

그러나 장년층에 비해 자산 보유 등 경제적 여력이 부족하면서도 지출이 많은 10대부터 40대까지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 활동이 왕성한 30대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30~39세 면허 소지자 수는 지난해 617만 4728명이었는데, 이는 2019년보다 약 5%(32만 8292명) 줄어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감소세를 보였다.

40대 소지자도 2019년 764만 1474명에서 지난해 754만 4512명으로 약 1.3% 감소했다. 20대 소지자도 4년간 약 0.3% 감소했으며, 10대(16~19세)도 2019년 29만 1184명에서 지난해 27만 2168명으로 6.5%나 줄었다.

이렇게 10~40대 면허 소지자 수가 모두 줄어든 반면 장년·노년층 소지자는 크게 늘었다. 특히 소지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60대는 2019년 436만 847명에서 4년간 무려 27.9%(121만 6334명)나 늘어난 557만 7181명으로 집계됐다.

50대 소지자도 지난해 759만 9223명으로 2019년(727만 3846) 명에 비해 약 4.5% 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40대 소지자 수를 넘어섰다. 70대(70~79세)는 지난해 179만 3472명으로 4년간 22.3% 크게 증가했다.

고물가로 빠듯한 삶, 현실적 선택

면허학원 등록비가 비싸진 데다 고물가 상황 등 팍팍한 삶이 이어지면서 면허시험 응시도 줄어들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한국의 20대 운전면허 응시율은 2010년 13.3%에서 지난해 10.8%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학생 B 씨(20세)는 “면허학원 등록에만 100만 원이 든다고 하니 당장 차를 몰아야 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라며 “아버지 때는 고교 졸업 후 바로 면허를 땄다고 하던데 대학 입학 전까지 아르바이트하느라 바빴다"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에서 운전면허 소지자가 감소하는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영국 10대 중 운전이 가능한 비율은 41%에서 21%로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18세 청년 중 운전면허를 딴 비율이 1980년대 80%에서 2018년에는 60%대까지 줄었다.

도로교통공단 고령자 교통안전 설문조사. ⓒ도로교통공단
도로교통공단 고령자 교통안전 설문조사. ⓒ도로교통공단

고령층 운전면허 반납

한편,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10명 중 3명은 자동차 운전면허 반납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공단과 한국노인종합복지관 협회가 지난달 11~22일 65세 이상 고령자 6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령자 교통안전사고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운전면허를 소지한 응답자 419명 중 31.7%(133명)가 운전면허 반납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납을 고려하는 배경으로는 ‘교통사고에 대한 위험 및 불안감’이 응답자(133명)의 43.6%(58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노화 등 건강 문제’(37.6%, 50명) ‘대중교통으로 대체 가능’(14.3%, 19명) ‘가족의 권유’(13.5%, 18명) ‘차량 관리 등 비용 문제’(10.5%, 14명)가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반해 운전면허 반납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응답자(286명)들이 밝힌 이유는 ‘시간 단축 등 이동 편의 때문에’가 응답자의 45.8%(131명)로 가장 많았다.

‘충분히 안전운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가 35.0%(100명), ‘긴급 상황에 대비해서’가 24.1%(69명), ‘대중교통 이용의 불편함’이 22.4%(64명)로 나타났다.

고령운전자 표시

이와 함께 차량 후면에 부착하는 ‘고령운전자 표지’에 대해서는 긍정적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표지 배부 시 자차 부착 의사를 묻자 면허 소지자의 63.7%(267명)가 부착 의사를 밝혔다. 표지 부착이 배려 운전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지 묻자 64.9%(272명)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도로교통공단은 오는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서울 마당에서 설문 결과를 발표하고 고령운전자와 고령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어르신 교통사고 ZERO 캠페인’을 연다.

공단 관계자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어르신 교통 대책이 필요하다"라며 “이번 조사를 계기로 고령 보행자와 고령운전자에게 양보·배려하는 교통 문화가 확산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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