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우울증 급증 [일상스케치(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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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우울증 급증 [일상스케치(94)]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3.09.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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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어린이 우울증 2배 증가, 초중고생 극단 선택 822명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국가의 미래인 어린이가 행복해야 나라가 행복하다. 그런데 맑고 천진난만해야 할 동심의 세계에 그늘이 드리우면 어떡하나.

치열한 입시 경쟁과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에 따른 단절 등으로 청소년들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통계 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5년 사이 어린이 우울증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에 주의가 쏠린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초·중·고교생이 지난 5년간 800명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치열한 입시 경쟁과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에 따른 단절 등으로 청소년들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통계 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치열한 입시 경쟁과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에 따른 단절 등으로 청소년들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통계 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어린이 우울증 실태

7일 국회 보건복지 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교육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14세 우울증 진료 인원은 2018년 2만 3347명에서 2022년 3만 7386명으로 1.6배(6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학생에 해당하는 6∼11세의 경우 2018년 1849명에서 2022년 3541명으로 우울증 진료 인원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12∼14세는 5893명에서 9257명으로, 15∼17세는 1만 5605명에서 2만 4588명으로 각각 1.6배가량 늘었다.

김 의원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재택 수업을 진행하던 학교들이 전면 등교를 재개하면서, 학교생활 부적응 문제로 우울이나 불안 등을 겪는 아동·청소년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봤다.

이에 김 의원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집중 관리할 수 있는 인력과 인프라를 확충하고, 상담과 치료·관리를 연계하는 프로그램 등 종합적인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까지

코로나19 확산 전후를 비교하면 ‘극단적 선택’을 한 초중고생의 수도 크게 증가했다. 초중고생의 수는 2018~2022년 822명에 달했다. 2018년 144명, 2019년 140명, 2000년 148명이었던 것이 2021년 197명, 2022년 193명으로 급증했다.

2018년과 2022년을 비교하면 고등학생이 32.6%(89명→118명), 중학생이 23.1%(52명→64명) 증가했고, 초등학생은 3명에서 11명으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자살 원인별로는 가족 갈등이나 부모의 학대 등과 관련한 가정문제가 248건으로 가장 많았고, 학업·진로 문제(167명)가 두 번째로 많았다.

이어 우울증, 조울, 공황장애, 조현병 등 정신질환 진단과 관련한 정신과적 문제가 161명, 교우관계나 이성관계 등으로 인한 대인관계 문제가 134건 등의 순이었다.

임상 현장의 현주소

서울 강남의 유명 소아정신과 병원의 경우 진료를 받기 위해선 예약 후 최소 1년을 대기해야 한다. 인근 다른 병원도 길게는 수개월까지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동우 인제대 의과대학교수(정신건강의학)는 “주로 성인 조현병 환자들로 채워져 있던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최근 들어 청소년들이 입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라며 “생명의 전화로 상담을 하는 초등학생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자살과 관련해서 박수진 성북구 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실제 현장에서 보면 전체 자살 시도자 중 청소년들이 10% 정도에 달할 정도로 과거에 비해 많이 늘었다는 것을 체감한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학업 스트레스나 왕따 등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박 부센터장 전언이다.

그는 “아동·청소년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또 교육체계 안에서, 지역사회에서 이들이 고립돼 있지 않다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 줘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불행하다 여기는 아동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한 해 140명가량의 청소년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는데, 2021년부터 그 수가 늘면서 한 해 190명가량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

'2022년 아동 권리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그 이유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지난해 9월에서 10월, 만 9세 이상 18세 미만 아동·청소년 1,379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27.3%, 그러니까 4명 중 1명은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아동은 매년 늘었다. 그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주로 학업 문제와 가정불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가운데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가정이 화목하지 않아서'가 33.3%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생은 '학업 문제'로 행복하지 않다는 답변이 40%를 차지했다.

지난 5년간 극단적 선택을 한 아동·청소년의 가장 큰 원인도 원인 미상을 제외하면 학업 진로 문제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가정의 와해와 결손 가정의 증가와 함께 경쟁을 부추겨 아이들의 행복도는 점점 더 추락하고 있는 현실. 특히 초 경쟁 사회가 아이들을 깊은 우울 속으로 내모는 건 아닌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따라서 학교·지자체 정신건강 관리와 상담·치료 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한 적극적인 대책이 어린이 개개인의 삶 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도 보장할 것이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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