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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의 뷰파인더] '영화 협상' 현빈x손예진 독보적 연기 합…추석관객 잡나
두 주인공의 심리게임속 관객과의 적절한 타협
범죄 오락물, 사회 고발 드라마로 만드는 시나리오 '눈길'
2018년 09월 12일 00:54:39 김기범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영화 <협상>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인질을 사이에 둔 경찰 측 협상가와 인질범의 대결 국면은 국내외 영화에서 흔히 다루는 단골 소재다.

극한적인 공포 상황에서 인질이 인질범에게 동조하는 비합리적 현상인 ‘스톡홀름 신드롬’은 이제 대중에게 어느 정도 각인될 정도로 중요한 범죄심리학 용어가 됐으며, 이는 한편으론 그러한 소재를 차용한 영화들의 덕분이기도 하다.

아울러 협상가와 인질범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주로 액션과 혼합돼 오락물로서 그럴듯한 쾌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기도 한다. 각종 흉기나 총기로써 애꿎은 이들을 방패막이 삼아 억압하는 인질범을 처절히 응징하는 주인공들의 현란한 액션은 그 자체로도 독자적 장르를 이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협상>은 그러한 경찰과 인질범의 대립이라고 하는, 지극히 식상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감독만의 독특한 필치로 다뤄냈다.

대개의 관객들이 기대할 만한 화려한 액션이나 담판은 성에 차진 않지만, 주연을 맡은 손예진과 현빈 간의 신경전은 영화를 내내 이끌어 가는 동력이 된다.

이 동력은 이미 정해진 목적지를 대놓고 달리는 기차와도 같이 보는 이로 하여금 딱 그만큼의 예상치를 허용하고, 긴박한 스토리의 전개는 살짝 비켜 가기도 한다.

숨 막힐 듯 전개되는 스릴과 서스펜스 보다는 손예진과 현빈이 끌고 가는 압축된 감정 대립은 두 사람을 이어주는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서서히 끓어오른다.

인질극을 다룬 대부분의 영화들처럼 절대악에 대한 절대선의 처절한 응징보다는, 주연 배우들이 맡은 각자의 캐릭터에 대한 감정 몰입에 감독은 무게 중심을 둔 듯하다.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거나 해결점이 되는 주인공의 독단적이고 우월한 액션 씬은 과감히 배제된 대신, 사건이 진행될수록 영화는 현빈이 맡은 인질범 역할에 관객들을 서서히 동화시켜 나간다.

이로써 영화를 통해 관객들의 또 다른 스톡홀름 신드롬이 시작되고 있다면 감독의 노림수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일 테다. 

또한, 진정한 악인은 보이는 곳에서 인질을 잡고 있는 이들이라기 보단 국가권력과 재원을 손에 쥐고 뒤에서 흔드는 부패한 정재계 인사라는, 역시 고루하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감독은 적절히 이용한다. 

이러한 <협상>은 서로 다른 듯하지만, 어찌 보면 같을 수 있는 하나의 장단점을 자웅동체처럼 지니고 있다.

우선 스크린을 가득 채운 모니터 속에서 벌어지는 협상가와 인질범의 심리 대결은 이 영화가 장르상의 하나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동안 익숙했던 인질극의 비현실적 액션보다 대화를 통한 등장인물 간의 감정 대결은 그동안 한국영화에선 확실히 보기 힘들었던 장면들이다. 설득하려는 자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자 간의 심리를 외부인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영화 <협상>이 내놓을 수 있는 관객과의 적절한 타협점이다.

하지만 때로는 주인공들 간의 대립이 지나치게 늘어져 그 못지않은 지루함을 자아내게 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하나의 흠결이다. 관객은 러닝 타임의 적지 않은 부분을 모니터 속의 협상가와 인질범과의 기 싸움을 들여다보는 데에 할애해야 한다. 관객이 충분히 공감할 정도로 영화의 이면에서 은근히 밀고 나가는 또 다른 추동력은 부족한 느낌이다.   

더구나 왠지 범죄물의 악인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현빈의 외모는 충분히 예측될 수 있는 뻔한 반전을 예고하기도 한다. 

그나마 감독이 바라는 대로 영화의 극적 흐름을 전반적으로 살리는 힘은 역시 손예진의 타고난 연기력이다. 그동안 ‘멜로의 여왕’이란 수식어만 동원됐던 손예진의 입지는 <협상>을 통해 왜 그녀가 진정한 배우인지 다시 한 번 정립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자칫 손예진의 ‘원맨쇼’로만 끝날 수 있는 한 편의 범죄 스릴러가 현빈의 존재감과 어우러져 완성되는 점도 무시 못 할 대목이다. <협상>에서의 현빈의 연기는 정재계에 얽힌 케케묵은 비리와 국가적 음모를 둘러싼 소재들이 배우의 이미지 탈피를 통해 한 편의 그럴듯한 드라마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록 관객들이 동화될 수밖에 없는 연민과 우수를 불러일으키는 현빈의 스타일이지만, 그만큼 그의 외적 한계를 뛰어넘는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은 <협상>의 미덕이다.

영화 <협상>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킨다. 그만큼 모니터를 가운데에 놓고 벌이는 두 주연 배우 간의 심리 묘사와 소재가 관객이 생각할 수 있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협상>의 진정한 묘미는 손예진과 현빈 간의 연기의 합을 통해 단순한 범죄 오락물에서 반전을 향한 드라마로 변신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한정된 화면 공간 속에서 다소 과하고 지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게 하는 추력은 탄탄한 시나리오의 힘이다.

오는 19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

담당업무 : 에너지,물류,공기업,문화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파천황 (破天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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