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일본의 노몬한 패배와 한국당의 불안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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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일본의 노몬한 패배와 한국당의 불안한 미래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9.06.15 2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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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보수 정치권은 실패했는가?라는 반성이 없는 한 한국당의 패배는 예약된 일이 아닐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왜 보수 정치권은 실패했는가?라는 반성이 없는 한 한국당의 패배는 예약된 일이 아닐까? 사진제공=뉴시스
제2차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에게 항복하는 일본군(좌) 왜 보수 정치권은 실패했는가?라는 반성이 없는 한 한국당의 패배는 예약된 일이 아닐까? 사진제공=뉴시스

일본은 과거의 실패에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남다른 노력을 한다. 러일 전쟁에서 일본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에게 패전한 사례를 토대로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궤멸시켜 아시아의 패권을 잡았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에도 일본의 지식인들은 태평양 전쟁의 실패를 면밀히 살피며 반성했다. 이들의 노력은 <왜 일본 제국은 실패하였는가?>라는 역작을 만들었다. 특히 이 책은 태평양 전쟁 전후 결정적인 패배를 당했던 6개 작전을 통해 조직 경영의 반면교사로 삼았다.
 
특히 소련과의 1939년 ‘노몬한 사건’은 사실상 제2차 세계대전의 향방을 결정한 중대한 전투였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연전연승하며 한반도를 식민지로 삼았고,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에서도 승승장구했던 일본은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하다 보면 어떻게든 수가 난다”는 무모한 정신력으로 합리주의와 전차와 항공기같은 현대 무기로 무장한 소련군에게 맞서 대패했다.
 
당시 소련군을 총지휘했던 소련 제1집단군 주코프는 전투가 끝난 후, 스탈린에게 “일본군 부사관은 용감무쌍하고, 초급장교는 마치 광신도처럼 용맹스럽지만, 고급장교는 무능한 자들뿐”이라고 보고했다고 한다.
 
저자들은 노몬한 패배에 대해서 “작전 목적이 애매하고 중앙과 현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했다. 정보를 수용하고 해석하는 데도 독선이 엿보였으며, 실제 전투에서는 객관적 전력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정신력에 의지했다”고 분석했다.
 
일본군은 노몬한 전투에서 대본영과 현지 관동군 지휘부 간 소통이 안 됐다. 강경론과 신중론이 맞서면 일본군 특유의 정신력을 과신한 강경론이 득세했다. 전차와 항공전력이 우세한 소련군에게 화염병과 삽을 들고 돌진한 사례가 노몬한 전투였다.
 
노몬한 전투의 결과는 앞서 밝힌대로 소련과 일본의 단순한 전투가 아니다. 일본군은 소련군의 무력에 압도돼 서부전선을 포기했다. 덕분에 소련군은 독일과의 전쟁에 전념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만약 소련이 유럽의 독일과 아시아의 일본과 두 개의 전선을 유지했다면 제2차세계대전의 양상은 확연히 달라졌을 것이다. 독일의 패전은 유럽 동서 양쪽의 전선으로 전력이 분산된 것이 결정타가 됐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소련 전선은 포기했지만 미국과의 태평양 전쟁, 중일전쟁 등 양대 전선을 유지했다. 세계 최대 공업국인 미국의 대규모 물량공세과 세계 최대 인구 대국 중국과의 전쟁은 일본군의 정신력으로만 맞설 수 없는 허황된 꿈에 불과했다.
 
자유한국당은 노모한 전투 당시의 일본군 지휘부와 닮았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으로 인한 반사이익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모양새다. 민심 이반이 최대의 무기라는 황당한 착각에 빠져있다. 또 중앙당과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지 않다는 지역 당협의 볼멘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현 여권은 모든 역량을 내년 총선 압승에 집중하고 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연합전선을 펼치고, 보수권이 분열된다면 ‘한 표’라도 더 얻은 범여권의 승리는 불 보듯 뻔하다.
 
자유한국당이 해야 할 일은 20대 총선 패배와 탄핵 정국의 면밀한 분석이다. 위기에 빠진 보수의 미래와 민심이 원하는 정치가 무엇인지를 제시하지 못하면 자유한국당은 화염병과 삽을 들고 소련군 전차로 돌진한 일본 관동군과 별반 차이 없다. 왜 보수 정치권은 실패했는가?라는 반성이 없는 한 자유한국당의 패배는 예약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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