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의 뷰파인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새 시대로의 관문을 만든 위대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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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의 뷰파인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새 시대로의 관문을 만든 위대한 끝
  • 김기범 기자
  • 승인 2019.04.24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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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혁신을 예고하는 최상의 결말, 그 모든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기범 기자]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마블의 아버지’로 불리며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 헐크를 창조한 고(故) 스탠 리(Stan Lee)는 인종차별에 열렬히 반대한 인물이었다.

주류 만화계에선 흑인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조차 어렵던 1966년, 스탠 리는 당대 최고의 인기작이었던 <판타스틱 포>에 최초의 아프리칸 슈퍼히어로를 투입한다.

‘블랙 팬서’란 이름을 가진 이 슈퍼히어로는 고도의 문명을 지닌 아프리카 가상국가 출신으로, 당시 백인 위주 사회를 비트는 기제(機制)가 됐다.

가히 혁명적이었던 이 발상은 훗날 같은 장르에서 숱한 흑인 캐릭터들이 탄생하는 시발점이 된다.

11년 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 또한 그렇게 ‘혁신적으로’ 세상에 나왔다.

1940년대부터 시작된 마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들은 현대적으로 재창조됐고, 시리즈를 통해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였다.

각자의 사연과 에피소드를 지닌 영웅 캐릭터들의 개성은 뚜렷한 만큼 서사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됐다. 서로 다른 초인적 능력들이 갈등을 유발했지만,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밸런스가 관객들의 흥미를 촉발시켰다.

매 시리즈마다 신기원을 여는 화려한 액션과 시각효과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으며, 식상한 틀을 벗어난 반전 요소는 원작의 ‘창조적 재해석’이라는 호평을 낳았다.

여기에 영화 전편에 흐르는 특유의 유머 코드와 쿠키영상, 그리고 스탠 리의 ‘깨알같은’ 카메오 출연은 진지하기만 한 ‘라이벌’ DC코믹스 실사영화를 위축시켰다.

2008년 영화 <아이언맨>으로 시작된 MCU 신화는 그렇게 만들어졌고, 이 사상 최강 콘텐츠에 전 세계인은 열광했다.

오로지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만 알던 한국은 어느새 마블에게 중국 다음의 큰 시장으로 다가왔다. MCU의 21번째 작품인 <캡틴 마블>까지 동원된 한국 총 관객 수는 1억657만명이 넘는다.

오늘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하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 이하 엔드게임)은 지난 11년간 마블이 선사했던 신세계의 정점이다.

이는 소위 ‘인피니티 사가(The Infinity Saga)’로 명명된 페이즈 1~3을 집대성하는 동시에, 관객이 바랐던 마지막 결말을 마침내 쏟아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피니티 스톤에 의해 사라진 인구의 절반과 어벤져스 멤버들을 되살리기 위한 남은 슈퍼히어로들의 역경에서 강조된 부분은 드라마다.

빌런(Villain)에게 패배했다는 자괴감과 가족을 잃은 비애는 살아남은 자들의 정체성마저 잃게 만든다.

그러나 자신들이 왜 다시 뭉쳐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단 하나.

바로 사랑이었고, 이는 MCU 특유의 가족주의를 반영하는 바탕이 된다.

관객이 그토록 보길 원했던 마지막 구도에 이르기까지, 181분짜리 영화 전반부에 흐르는 서사가 때론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엔드게임> 또한 늘 관객의 몰입감 있는 접근을 쉽게 만드는 마블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무엇보다 다시는 볼 수 없을, 수십 명의 주연급 배우들이 한 가운데 모이는 장면만으로도 <엔드게임>은 MCU의 존재감을 설명한다.

결국 연출을 맡은 루소 형제는 (한 가지를 빼고) 팬들이 열망하던 최고의 마지막을 선물한다.

<엔드게임> 프로듀서 트린 트랜이 이미 밝혔듯, 이 최상의 대단원에 닿기까지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주역은 바로 여성 히어로다.

타노스 군단과의 마지막 대혈투 중심에 모인 일단의 여성 히어로들의 모습에선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암시한다. 남성 중심이었던 기존 슈퍼히어로 장르의 체계를 흔드는 전환점으로서 <엔드 게임>은 그 기능을 충실히 한다.

지난 10여년간의 긴 여행이 마무리되는 대신, 성(性)과 인종·세대를 뛰어넘는 신질서의 출발을 알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MCU의 장대한 서막을 열었던 주인공들의 교체가 필연적(inevitable)이며,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이 임박했음을 드러낸다.

루소 형제는 사상 최대의 영화에서 공공의 적을 상대하기 위한 개인주의와 공동체 사회와의 조화라는 자신들의 철학을 투영하려 했다. 그러면서 이 방대한 서사를 갈무리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또 다른 관문을 만들어냈다.

스탠 리는 최후의 출연작인 <엔드게임>에서 결과적으로 자신의 마지막 메시지를 관객에게 내던진다.

“사랑하라”

모든 이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상식과 단순한 진리가 혁신과 새로운 전기(轉機)의 밑거름임을 알리는 순간이다.

이 영화를 볼 충분한 이유다.

12세 이상 관람가.

 

뱀의 발 :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는 ‘전가의 보도’ 쿠키영상이 나오지 않는다. 엔드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내내 기다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마지막 자막을 음미하며 10년이 넘는 지난 대장정을 반추해 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

담당업무 : 에너지,물류,공기업,문화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파천황 (破天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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